아버지의 귀두 (김경주) & 내력 (김선우) by 신아

< 아버지의 귀두 >

어느 날 아버지의 귀두가 내 것보다 작아졌다.

나는 더 이상 아버지와 장난감 트럭을 들고 목욕탕에 가지 않고
나는 더 이상 아버지의 악어 벨트를 허리에 차고 밖에 나갈 수 없고
나는 더 이상 아버지의 속주머니를 뒤져
오락실에 갈 수도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30년 넘게 혼자 목욕탕에 가시고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복권의 숫자를 고민하며 혼자 씩 웃는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나와 같은 THIS를 산다

돗자리에 누워서 잠드신 아버지의 팬티 사이로 누름한 불알 두 쪽이 바닥에 흘러나온 것을 본다 자궁이 넓은 나무와 자고 돌아와 나는 누런 잎을 피웠다 잠든 내 옆으로 와 아버지가 귀뚜라미처럼 조용히 누웠다 나는 문득 자다가 일어나 빠져나온 아버지의 귀두가 저렇게 작았나 하는 생각에 움찔했다 귀두라는 것이 노려볼수록 자꾸 작아지는 것인가 귀두란 그런 게 아니지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민항기의 대가리처럼 푸르르 가열될 텐데 아버지와 나는 귀두가 닮은 마누, 한쪽으로만 일어서고 한쪽으로만 쓰러져서 잠드는, 축 늘어진 아버지의 THIS를 잡고 웃는다 씨벌 아비야 우리는 슬픈 귀두인 게지 죽은 귀두를 건드리면 뭐 하니? 그런 생각 끝에 나는 튼튼 우유를 하나 사 가지고 와 잠드신 아버지 옆에 살짝 놓아드렸다

양쪽으로 여십시오/ or 반대편으로 여십시오/

- 김경주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中 -


<내력>

몸져누운 어머니의 예순여섯 생신날
고향에 가 소변을 받아드리다 보았네
한때 무성한 숲이었을 음부
더운 이슬 고인 밤 풀여치들의
사랑이 농익어 달 부풀던 그곳에
황토먼지 말리는 된비알이 있었네
비탈진 밭에서 젊음을 혹사시킨
산간 마을 여인의 성기는 비탈을 닮아간다는,
세간 속설이 내 마음에 천둥 소작비 뿌려
어머니 몸을 닦아드리다 온통 내가 젖는데
겅성드뭇한 산비알
열매가 꽃으로 씨앗으로 흙으로
되돌아가는 소슬한 평화를 보았네
부끄러워 무릎을 끙, 세우는
어머니의 비알밭은 어린 여자아이의
밋밋하고 앳된 잠지를 닮아 있었네
돌아갈 채비를 끝내고 있었네

- 김선우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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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모두는 부모의 생식기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식이 부모의 성기를 덤덤하게 바라보는 나이가 된다는 건 매우 슬픈 일일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것보다 초라해진 성기를 마주 본다는 것은 우리의 부모가 그저 생식기가 퇴화 되어버린 하나의 생물에 지나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늙어 가는 건, 그리고 죽음에 가까워지는 건 분명 그런 것이다. 이보다 더 명확한 상징이 또 있을까. 잠든 아버지의 축 늘어진 귀두를 만지며 '씨벌 아비야 우리는 슬픈 귀두인 게지'라고 표현하는 아들이나, 몸져누운 어머니의 소변을 받으며 '한때 무성한 숲이었을 음부, 어린 여자아이의 밋밋하고 앳된 잠지를 닮아 있었네'를 연상하는 딸이나 마음 한 구석이 무너지고 가슴이 저려오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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